동아일보 이용재 음식평론가의 글을 빌려왔다.
최근 레스토랑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가 빕 구르망 리스트를 새롭게 발표했다. 빕 구르망은 1인 평균 4만 5000원 이하의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을 의미한다. 올해는 서울 51곳, 부산 20곳 등 총 71곳이 선정되며 한국 출범 10주년을 맞이했다. 매년 리스트가 발표될 때마다 10년 연속 이름을 올린 전통 한식당들을 발견하게 된다. 뛰어난 음식과 프로페셔널한 접객을 자랑하는 이들이 왜 미쉐린 별은 받지 못하는지 강한 아쉬움과 의문이 남는다.
평가 기준의 한계: 공간 전개형과 시간 전개형의 차이
2025년 기준 서울과 부산에서 미쉐린 별을 받은 식당 40곳 중 전통 한식당은 찾아보기 어렵다. 별을 획득한 식당들은 대부분 요리를 순서대로 내어놓는 시간 전개형 코스 요리를 제공하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한식당 역시 2000년대 말부터 등장한 모던 한식 위주로 선정되고 있다.
전통 한식은 한 상에 모든 음식을 차려내는 공간 전개형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대중적인 시스템이 미쉐린의 서양식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나 이탈리아 음식은 물론, 자국의 식문화 전통에 충실한 일식당들이 별을 받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의 고유한 한상차림 방식 역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미쉐린, 전통 한식의 가능성
미쉐린 가이드가 반드시 고급 식당에만 별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말 공정성 논란 이후, 미쉐린은 다양성 확보를 위해 일본의 라멘, 대만의 아이스크림, 싱가포르의 돼지고기국수 등 대중적인 길거리 음식에도 별을 수여해 왔다. 냉면이나 불고기가 단일 셰프의 창작물이 아니라는 반론도 존재하지만, 파인 다이닝 역시 여러 요리사가 협력하는 시스템 속에서 수석 셰프가 대표성을 띠는 구조일 뿐이다.
따라서 80년 역사를 지닌 전통 한식당이 미쉐린 별의 후보에 오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 도쿄와 비교해 현저히 부족한 한국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수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전통 한식당의 발굴과 인정은 필수적인 과제다.
모던 한식의 정체성 문제와 한정식이 나아갈 길
현재 미쉐린 별을 받는 모던 한식당들은 접시만 놓고 보았을 때 어느 나라의 음식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식을 테마로 삼았을 뿐, 결과물 자체를 온전한 한식으로 부르기에는 모호한 측면이 강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미쉐린 별의 획득 여부가 아니라 전통 한식당이 추구해야 할 본질이다. 우리나라의 한정식은 상을 가득 채우는 가짓수 위주의 구성에서 한 단계 진화해야 한다. 상 위에 오르는 찬 하나하나에 공력을 쏟고 개별 접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숫자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접시를 제대로 채우는 내실화가 이루어질 때, 전통 한식당은 진정한 의미에서 한 차원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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