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만큼 쉬운 토종닭 팬구이-라벨 밖의 미식

라면만큼 쉬운 닭요리

닭구이를 자주 한다. 맛도 좋고 요리하기가 라면만큼 쉽다. 난이도로 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용기면은 아니고 봉지 라면을 끓일 줄 아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닭구이 전문가다. 뻥치시네 하겠지만, 잘 들어보면 수긍하고 남는다.

  1. 라면 끓이기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토종닭 조리법

물을 붓는다, 물을 끓인다, 면과 스프를 넣고 4분 기다린다, 먹는다. 누구나 아는 라면 표준 레시피다. 이 정도는 요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다 한다. 닭구이도 이와 비슷하다. 약간의 과정이 더해질 뿐 라면 끓이기와 큰 차이가 없다.

포장을 뜯고 팬을 준비한다. 가스레인지 화력을 약불로 조절한 뒤 버터를 바르고 소금을 뿌린다. 닭고기를 팬에 올린 후 무거운 뚜껑으로 덮어 굽는다. 무거운 것으로 눌러줘야 고기가 팬에 밀착되어 빨리, 그리고 바삭하게 익는다. 돌솥 뚜껑을 활용해도 좋다. 뚜껑을 덮고 기다리다가 한 번 뒤집고 10분을 더 구우면 완성이다.

손질도, 섬세한 간 조절도 필요가 없다. 소금 간에 자신이 없으면 안 해도 된다. 다 굽고 나서 먹을 때 찍어 먹거나 시판 소스를 활용하면 그만이다. 한 번의 실패가 두렵지 않다면 소금을 마음에 드는 만큼 뿌려도 좋다. 재료를 망쳐봐야 약간의 버터와 만 원이 채 안 되는 닭고기 값 정도다. 아무리 짜도 겉만 짜기에 속의 살코기와 함께 먹으면 간이 맞는다. 밥도 있고 술도 있으니 염려할 필요가 없다.

2. 알고리즘이 이끌어준 스테디 반찬, 팬구이

이 조리법은 몇 년 전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한 외국 요리 유튜버의 영상에서 알게 되었다. 한 번 먹으면 매번 찾는다는 둥의 제목이 붙어 있던 동영상이었다. 호기심에 봤는데 겁나게 쉬워 보였다. 딸에게 해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시도했다.

물론 한두 번의 시행착오와 실패는 있었다. 굽는 시간이나 간이 처음부터 완벽하지는 않았다. 요리는 자전거, 수영, 어학과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자주 해야 늘고, 하면 할수록 일정 수준 이상의 스킬이 쌓인다. 처음에는 입을 삐쭉거리던 녀석이 어느 순간부터 자주만 아니면 맛있게 잘 먹는 스테디 반찬이 되었다. 딱히 반찬이 생각나지 않을 때 닭봉이나 날개를 사서 만들곤 한다.

3. 고정관념을 깬 닭도리탕용 토종닭의 재발견

앞서 이야기했듯이 요리 스킬이 늘면 재료에 대한 욕망도 같이 커진다. 일반 육계로 구이를 하면서, 이것을 토종닭으로 하면 훨씬 맛있겠다는 생각을 가끔 했다. 가끔만 했던 이유는 통닭을 사서 손질하는 과정이 귀찮았기 때문이다.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토종닭 중에서도 닭도리탕용으로 손질된 제품을 사면 되겠다는 잔머리를 굴렸다. 보통 이런 생각은 머릿속에서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마련인데, 무슨 일인지 이 생각만큼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실행에 옮겨야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닭도리탕용이라는 이름은 포장지에 적힌 가이드일 뿐, 반드시 닭도리탕만 하라는 법은 없다. 우리 관념에서만 저것은 닭도리탕용, 카레용이라고 규정을 짓고 다른 요리를 시도하지 않을 뿐이다. 닭도리탕용 고기를 사서 닭칼국수를 해도 되고 카레를 만들어도 좋다. 심지어 백숙을 끓여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단지 할 생각을 못할 뿐이다.

4. 씹을수록 차오르는 토종닭 고유의 껍질 맛과 육즙

토종닭은 육계보다 덩치가 있는 편이라 15분씩 앞뒤로 두 번을 구웠다. 소금은 평소보다 조금 많이 쳤다. 처음엔 생각보다 짰지만 두툼한 살과 함께 먹으니 간이 딱 맞았다. 일반 육계로 조리했을 때보다 7.5배는 더 맛있었다. 특히 구워진 껍질의 맛이 예술이었고 밥과 함께 먹으니 금상첨화였다.

치킨은 치킨 나름의 맛이 있지만 양념옷의 맛이 너무 강하다. 튀김옷이 사라진 치킨은 고기 맛이 맹하다. 반면 토종닭으로 만든 구이는 화려한 튀김옷이 없어도 훌륭하다. 살코기 고유의 맛과 껍질의 맛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라는 옛말을 가장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바로 토종닭 구이다. 씹을수록 고기 속에 품고 있던 진한 육즙을 내어준다. 집에서 이 토종닭 구이를 한 번 해보고 나면, 밖에서 비싼 돈 주고 치킨 사 먹을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다.

댓글 남기기

Food Enjoy - 식품 MD의 맛있는 기록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