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는 대구에서 시작
1991년 5월 8일 자 연합뉴스에 방울토마토 관련 기사가 실렸다. 대구시 달성군에서 국내 최초로 방울토마토 시험 재배에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방울토마토는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2016년 기준 방울토마토의 재배 면적은 일반 토마토의 35%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격차는 계속 좁혀지는 중이다. 2020년 통계청 조사에서는 토마토 재배 농가 가운데 일반 토마토 농가가 52.9%, 방울토마토 농가가 47.1%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가락시장 반입 물량은 대략 6대4 비율을 유지했다. 통계마다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방울토마토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흐름만은 뚜렷하다.

손이 자꾸 가는 이유
방울토마토의 첫 번째 매력은 간편함이다. 껍질을 까거나 자를 필요 없이 꼭지만 잡고 입에 넣으면 끝이다. 잘 익은 열매일수록 꼭지가 쉽게 떨어진다.
간편함이 전부는 아니다. 일반 토마토보다 당도가 높고, 껍질이 상대적으로 얇아 씹는 맛도 좋다. 여기에 2000년부터 재배가 시작된 대추 모양의 대추방울토마토가 가세하면서 인기에 불을 붙였다. 원형 방울토마토보다 당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최근에도 수익성이 좋다는 이유로 산지에서 대추형 품종 재배를 늘리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열량은 낮고, 손은 멈추지 않는다
대추방울토마토 한 상자는 300~500g 정도다. 뚜껑을 열면 바닥을 볼 때까지 손이 멈추지 않는다. 단맛과 함께 구연산을 비롯한 유기산의 새콤한 맛이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열량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영양 정보를 종합하면 방울토마토는 100g당 대략 15~25kcal 안팎이다. 한 상자(300g)를 다 먹어도 50~60kcal 정도이니, 밥 한 공기(약 300kcal)나 감자칩 60g 한 봉지(약 330~350kcal)와 비교하면 확실히 가볍다.
왜 마트 토마토는 안 익은 채로 팔릴까
방울토마토든 일반 토마토든, 생으로 먹을 때 제대로 된 단맛을 보려면 잘 익어야 한다. 토마토의 원산지는 남미 안데스 고원지대, 지금의 페루·에콰도르·콜롬비아 일대다. 서늘하고 건조한 고원 기후에 적응한 작물이다 보니 예전에는 기온이 오르는 4월부터 장마 전인 7월 초까지를 제철로 쳤다. 다만 국내 토마토 재배가 2010년 무렵 노지에서 시설(비닐하우스·수경재배) 중심으로 완전히 넘어가면서, 지금은 사실상 사계절 내내 유통되고 있어 예전만큼 제철의 의미가 크지 않다.
계절과 별개로, 완전히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사 먹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한여름, 주인공이 텃밭에서 키운 빨간 토마토를 그대로 베어 무는 장면이 나온다. 텃밭에서 직접 기르지 않는 이상 국내에서는 재연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유통되는 토마토 대부분이 아직 푸른 기가 남아 있을 때 수확되어, 옮겨지는 동안 서서히 익어가기 때문이다.
저장성이 좋은 품종이 매대를 채우는 이유
전 세계 토마토 품종은 수천 가지에 이르지만, 국내 매대를 장악한 것은 유럽계 품종이다. 2020년 가락시장에 들어온 일반 토마토 가운데 유럽계 비중은 72.4%에 달했고, 평균 단가도 동양계보다 13.5% 높게 거래됐다. 유럽계는 껍질이 두꺼워 잘 무르지 않는다. 그 덕에 진열대에서 오래 버티고, 잘라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아 햄버거나 샌드위치, 샐러드용으로 널리 쓰인다. 다만 그만큼 생으로 먹을 때의 단맛과 향은 아쉬운 편이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일본산 도태랑 품종이 좋은 예다. 1992년 충남 공주에서 처음 재배되기 시작한 이 품종은, 감처럼 붉게 익었을 때 수확한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맛은 좋았지만 재배가 까다롭고 유통 중에 쉽게 무르는 탓에 한때 재배 면적이 크게 줄었다. 다만 최근에도 일부 산지에서는 여전히 도태랑 품종을 재배해 유통하고 있어,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대량 유통 매대의 주인공 자리만 저장성 좋은 유럽계 품종에 내준 셈이다.
국산 종자, 자급률이 달라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토마토 시장의 수입 종자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수치를 보면 상황이 꽤 달라졌다. 한 국제농업개발학회지 논문에 따르면 토마토 종자 자급률은 2011년 15.6%에 머물렀지만, 방울토마토를 중심으로 한 국산 품종 개발이 이어지며 2021년에는 54.9%까지 올라갔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을 비롯한 여러 연구기관과 민간 육종회사가 함께 이뤄낸 변화다.
완전히 따라잡은 것은 아니다. 업계 자료를 보면 여름철에 출하하는 대추형 방울토마토는 여전히 60% 이상이 외국 품종에 기대고 있다. 겨울 작기는 국산 품종 전환이 많이 이뤄졌지만, 고온에 강한 여름용 품종은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는 셈이다.
결국 중요한 건 맛
토마토가 과일인지 채소인지, 색이 빨간지 노란지는 궁금하지 않다. 리코펜이 몸에 얼마나 좋은지도 이 글의 관심사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맛이다. 저장성 좋은 토마토가 매대를 채우는 동안에도 대추방울토마토를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느는 이유는 단순하다. 맛있기 때문이다. 유통이 저장성만 우선하기보다, 맛있는 품종도 구색으로 갖춰주면 좋겠다는 바람은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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