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초당옥수수는 일반 찰옥수수보다 몇 배나 달다. 처음부터 이렇게 환영받았을 것 같지만 실상은 달랐다. 처음에는 낯선 식감과 외형 탓에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다.
초당옥수수는 단맛을 얻은 대신 저장성을 잃었다. 찰옥수수처럼 오래 보관하기가 힘들고 조건도 꽤 까다롭다. 신선할수록 수분감이 충만해 맛이 좋다. 수확 후 최대한 빠르게, 밭에서 가까운 시점에 먹는 것이 가장 맛있는 초당옥수수를 즐기는 유일한 비결이다.
- 초당옥수수, 쭈글쭈글한 버금 옥수수의 화려한 백조 탈바꿈
쭈글쭈글하고 볼품없는 버금 농산물 모양이라 누구도 신경 쓰지 않던 것이 바로 초당옥수수다. 1950년대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연구소에서 이 볼품없는 옥수수가 화려한 백조로 탈바꿈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옥수수의 안토시아닌을 연구하던 학자가 돌연변이 옥수수를 우연히 발견했다. 통상적이라면 폐기했겠지만, 일이 되려면 항상 호기심이 발동하는 법이다. 연구원은 호기심에 이 쭈글쭈글한 생옥수수를 맛보았다. 전에 경험하지 못한 폭발적인 단맛이 입안을 강타했고, 그는 즉시 안토시아닌 연구를 멈추고 이 옥수수 개량에 매진했다. 그 결과물이 오늘날 우리가 즐겨 먹는 초당옥수수다.
2. 자당을 전분으로 바꾸지 못하는 유전자의 축복

비결은 유전자에 있다. 옥수수는 광합성을 통해 만든 자당, 과당, 포도당을 찰진 전분으로 바꾸는 성질이 있다. 하지만 초당옥수수는 이 전분화 과정을 주도하는 유전자가 차단되어 있다. 당을 전분으로 바꾸지 못하고 내부에 그대로 축적하기 때문에, 최대 당도가 8 브릭스 수준인 찰옥수수와 달리 20 브릭스를 훌쩍 넘긴다.
참고로 캔 통조림에 들어가는 옥수수는 초당옥수수가 아닌 단옥수수다. 찰옥수수보다는 전분 전환 속도가 느려 단맛과 적당히 씹는 맛이 공존하기 때문에 통조림용으로 주로 쓰인다. 이처럼 옥수수는 단맛과 씹는 식감에 따라 찰옥수수, 단옥수수, 초당옥수수로 분류된다.
3. 찰옥수수 관행에 부딪힌 낯선 미식
우리나라에 초당옥수수가 도입된 것은 1982년이다. 당시에는 저 녀석 뭐냐며 꽤 푸대접을 받았다. 한국인에게 옥수수란 쫀득한 찰옥수수를 푹 쪄서 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굳건했기 때문이다.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다들 맛이 왜 이러냐며 고개를 저었다.
현재도 80대 노모는 초당옥수수를 입에 대지 않으신다. 쫀득한 찰기가 없어 낯설고 정이 안 간다는 이유다. 쭈글쭈글한 겉모습 때문에 여전히 일 년에 서너 차례는 불량품이 아니냐는 클레임을 받기도 한다.
초당옥수수는 생으로 먹거나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 먹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기존 관행대로 소금과 뉴슈가를 듬뿍 넣고 쪄버리는 바람에, 씹는 맛은 다 사라지고 단맛만 맹렬하게 남아 당황해서 문의하는 고객들이 종종 있다.
4. 가장 맛있게 먹는 법과 까다로운 보관법
초당옥수수는 그냥 생으로 베어 물어도 훌륭하다. 전자레인지에 가볍게 돌리면 단맛이 조금 더 진해진다. 하지만 진짜 맛있게 먹는 방법은 냉장고에 두어 시원하게 만드는 것이다. 미지근한 콜라와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콜라의 차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그보다 더 극적인 맛을 원한다면 얼려 먹는 것을 추천한다. 얼음을 가득 넣은 콜라처럼 짜릿한 청량감을 준다. 출하 시기가 무더운 여름철인 만큼, 뜨겁게 데워 먹기보다 차갑게 즐길 때 그 진가가 100% 발휘된다.

초당옥수수를 사면 반드시 껍질째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알맹이 안이 수분으로 꽉 차 있어 껍질을 벗기면 증발이 무섭게 일어난다. 껍질이 일차적인 수분 보호막 역할을 하므로 냉장 보관 시에는 절대 벗기면 안 된다.
반대로 냉동 보관할 때는 껍질을 모두 벗겨야 한다. 알맹이를 3등분하여 밀폐용기에 넣고 꽁꽁 얼린 뒤 간식으로 꺼내 먹으면, 마치 달콤하고 시원한 옥수수 슬러시를 먹는 듯한 환상적인 질감을 경험할 수 있다.
초당옥수수가 우리 식탁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야 7월까지다. 6월 말에 반짝 나타났다 7월이 지나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사시사철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제철이 내어주는 진짜 제맛의 시간은 한 달 남짓으로 그리 길지 않다. 주저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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