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굴비의 보리는 무슨 역할을 할까? 영광굴비 건조법과 말린 부세 이야기

굴비, 부세, 중국산

지금과 다른 영광굴비

앞선 글에서

영광굴비는 시기상으로 가장 맛있는 참조기를 말렸음을 알았다. 그것이 영광 굴비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이유 전부가 아니었다. 굴비 관련한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영광굴비가 다른 동네와 다른 방식으로 말린 다는 것을 알았다. 그 방식이 영광굴비가 다른 동네와 차별화하는 포인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굴비 하면 섶간(소금을 생선에 바로 치는 방식)하고는 말리는 것으로 안다. 이 방식으로 한동안 홈쇼핑 인기 상품이었던 안동 간고등어도 같은 방식이다. 섶간을 치는 손맛을 매번 방송 때마다 강조했다. 영광 또한 군 홈페이지에 영광굴비의 특징으로 섶간을 내세운다.나나 누구나 영광 법성포의 바닷바람과 섶간이 영광굴비를 만드는 큰 힘이라고 알고 있었다.

예전 신문은 다른 이야기가 영광굴비의 특징이라 한다. 1970년대 신문 기사는 영광굴비의 특징을 독특한 건조 방식이라고 한다. 그 당시 영광에서는 짚과 나무로 움막을 만든 후 나무에 굴비를 엮어 걸어 말렸다고 한다. 1974년 3월 13일 조선일보에 영광만의 독특한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기사는 ‘영광 굴비 제조 방법도 독특하다. 소나무 장대 수십 개를 가지고 둥글게 밑은 넓고 위는 좁은 원형의 건조장을 만든다. 이 건조장의 맨 꼭대기는 하늘로 통해져 있다. 주위는 짚발로 둘러싼다. 이런한 건조장 안에다가 굴비를 가득 걸어놓은 후 밑바닥 한가운데가 둥근 구덩이를 파고 숯불을 피워 조기를 말린다. 이러한 굴비 제조 방법은 다른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영광의 독특한 재래식 굴비 제조 방법.. 중략’ 섶간이 아니라 움막과 숯불로 만드는 방식이 영광굴비가 다른 지역과 확실한 차이라고 있다. 영광 앞바다를 지나는 참조기가 사라지고, 냉동창고에 멀리서 사 온 참조기를 저장하면서 이러한 방식은 알게 모르게 사라진 듯 보인다. 말릴 때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섶간만 남아 영광굴비의 특징으로 자리 잡지 않았을까 한다. 섶간이 영광만의 고유 방식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중국산 부세의 변신

참조기를 말린 굴비 자리는 어느새 중국산 부세 말린 것이 주인장 행세를 하고 있다. 굴비는 참조기를 말린 것이었다가 부세 말린 것도 이제는 굴비라 부른다. 이름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맛의 변화 또한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참조기를 건조한 굴비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어획량의 감소, 원정 어업, 냉동창고의 보급이 큰 영향이다. 엄연히 굴비라 파는 것들이 있는데 뭔 헛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굴비라고 부르는 상품은 과거나 현재나 있다. 이름은 같아도 상품을 만드는 기간, 상태가 전혀 다르다. 현재의 굴비는 한나절 말린다. 말린다고는 하지만, 소금을 친 참조기를 건조대에 걸었다가 냉동한다. 1970년대 법성포는 얼리지 않은 참조기를 두 달 이상 건조했다. 2026년의 굴비는 냉동 참조기를 해동해서 소금물에 담가다가 물기만 뺀다. 다시 냉동해서 판매한다. 물론 제대로 말리는 것도 있지만, 양이 많지 않다. 잠깐 말리는 것을 나는 굴비라 부르지 않는다. 염장 참조기라 한다. 비록 굴비라는 이름은 같아도 맛이 다르고 모양이 다르다.

대가리와 내장만 제거해도 냄새가 많이 사라진다.

건조의 시간이 짧아진 것은 다른 이유보다 굴비의 가격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큰 참조기의 어획량 감소는 가격 상승을 불렀다. 커다란 참조기로 만든 굴비는 명절 선물세트로 백만 원 정도에 팔렸다. 선물세트로 인기를 끌면서 모양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건조는 참조기의 모양 변형이 필수다. 살은 오그라들고, 일자였던 몸통은 구부러진다. 선물용으로는 모양이 좋지 않았다. 건조를 덜 하면 할수록 참조기 모양을 유지했다. 줄이고, 줄이다가 결국은 반나절만 말리게 되었다. 맛있는 것을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모양 좋은 것을 선물하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대충 말린 굴비가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모양만 선호하는 풍토는 그대로 말린 부세로 전이가 되었다.

20년 전이다. 영광 현지에서는 보리굴비보다는 마른 굴비로 불렀다. 광주에서 저녁 먹으면서 보리굴비를 처음 맛봤다. 갈색이 도는 살맛이 아주 좋았다. 다음날 서울로 오기전 법성포에 들려 생산자에게 보리굴비를 물어보니 “그게 뭔데요?” 되물었다. 이야기 중에 “아.. 마른 굴비” 했던 것이 내가 상무지구에서 맛본 보리굴비였다. 그 당시는 참조기를 바싹 말렸다. 어느새 보리굴비가 알려지면서 중국산 부세가 참조기 자리를 대신했다. 참조기보다 가성비 좋은 것이 중국산 양식 부세다. 1년 남짓 키우면 30cm 근방까지 자란다. 크기가 가치를 결정하는 이들에게는 하늘이 준 선물이었다. 부세보다 많이 작은 참조기 굴비는 20만 원대 부세 말린 것은 7만 원대였다.

굴비는 시간의 맛

지금 가격이 아닌 2010년대 가격이다. 당시 부세는 겨울 석 달 동안 말렸다. 말리는 시기는 달라도 예전 참조기처럼 오래 말려 시간이 쌓여 만들어 낸 맛이 있었다. 굴비 행세를 하는 참조기 살짝 간만 한 것과는 맛의 차원이 달랐다. 가격 저렴하고, 맛도 굴비 말리듯 제대로 말렸다, 게다가 크기, 가격 또한 좋아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가성비가 좋아 선물용으로 많이 나갔다. 선물용! 앞서 이야기했듯이 선물용은 모양을 중시한다. 참조기를 말린 굴비에서 맛이 빠져나간 이유가 말리는 시간을 단축하다가 생긴 결과라고 했다.

부세 또한 마찬가지였다. 선물용으로 인기를 끄니 말리는 시간을 줄이기 시작했다. 석 달 말리던 것을 두 달, 이제는 한 달 보름 정도만 말린다고 한다. 건조 기간이 주는 만큼 부세 살의 색 또한 갈색에서 원래 색이 되었다. 연해진 색만큼 시간의 맛 또한 빠졌다. 선물용으로 큰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풍토가 굴비의 맛을 뺐고, 이제는 말린 부세의 맛을 빼고 있다. 건조 생선의 매력은 반감이 되면서 굴비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굴비에서 중요한 것이 모양이라 여기면서 생긴 일이다. 보기 좋은 떡이 맛이 좋은 것은 떡이다. 요새는 첨가물 걱정을 해야 할 형편이다. 보기 좋은 굴비는 깊은 맛이 없다. 시간이 쌓인 맛이 없어 심심하다. 싱싱한 참조기 먹는 맛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는 부세도 마찬가지다. 부세도 점차 염장 부세가 되고 있다. 맛보다는 모양만 중시하는 풍토가 만들어 낸 우리 식문화의 현실이다.

끝으로

모양 중시의 선물세트에 적절한 스토리가 가미가 되면 금상첨화다. 가미한 스토리 중에서 굴비와 보리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영광에서 2대째 굴비 사업을 하는 이도 모르던 보리굴비를 광주 상무지구의 한정식 쥔장은 알았다. 현지에서 팔려 나간 마른 굴비에 입맛 도는 보리 이야기를 더해 보리굴비로 손님상에 올랐다. 사실 굴비와 보리는 맛을 더 좋게 하는 것은 아니다. 지키는 정도다. 보리의 역할은 방습제와 같다. 참조기를 말리는 두어 달의 작업이 끝날 때가 보리 수확 철이다. 보리 수확이 끝나면 장마 시작이다. 장마는 습도를 높이고, 높은 습도는 건어물에는 쥐약이다. 곰팡이가 피기 쉬운 환경이 된다. 냉장 시설이 없던 시절인지라 습기 조절을 위해 겉보리에 보관하기도 했다고 한다. 건조식품 봉지 안에 있는 방습제 역할이 보리였다. 보리는 굴비 맛을 위해서가 아니라 맛을 지키는 수단이었다. 보리굴비라고 하면서 따로 뭔가 있음 직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맛하고는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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